정말 많은 나라와 도시와 호텔을 가봤습니다. 그러면서, 그 호텔의 진짜 수준을 가늠하는 제 나름의 기준이 생겼어요. 그 중 하나는 '샤워를 해 보는것'입니다. 샤워부스에 들어가서 각 구석을 살핍니다. 물때나 곰팡이가 있는지 보지요. 물을 틀어봅니다. 층에 상관 없이, 높은 수압과 일정한 물온도가 유지되어야 합니다. 그리고 그 호텔의 maintenance상태와 house keeping 수준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것이 배수구 물빠짐의 속도지요.
놀라운 것은 출장과 여행으로 셀 수 없는 5성급 호텔과 리조트을 다녀 보았지만, 이 샤워부스의 간단한(?) 청결조건들이 빠짐없이 깔끔하고 갖추어 진 곳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입니다. 그리고 더불어, 다시 이 도시를 방문한다면 이 숙소에 다시 머물러야 겠다고 생각하게 한 호텔도 많지 않았습니다. 그런데 라한호텔은 이 두가지 모두에서 참 만족스러운 곳입니다. 나흘을 연박했고, 세번의 하우스키핑서비스는 흠 잡을 데 없었습니다. 처음 아주 세밀한 실수 (전 고객이 마시던 물이 냉장고에 들어있었습니다)는 아주 빨리 바로 잡아주셨고, 단 한번의 요청도 아주 신속히 해결해주셨어요. 모든 스텝은 친절했습니다.
아 또 하나,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무려 다섯개 입니다. 객실을 20층 넘게 지어놓고 엘리베이터 두 세대 운영하며, 시간소요에 따른 불편함을 모두 고객에게 전가하는 호텔들도 많은것 아실겁니다. 라한 호텔은 철저히 숙박객의 입장에서 생각한 호텔이란 것을 엘리베이터 갯수를 보며 알 수 있었습니다.
이 정도 시설유지가 대도시에 있었다면 어떻게 유지될지, 그리고 극성수기가 되면 또 어떻게 될지 알수는 없지만, 적어도 제가 머문 시간 동안은 세계 그 어느나라의 호텔에도 뒤지지 않는 관리와 서비스를 제공해주셨습니다. 밤 10시에 일정 후 녹초가 되어 돌아왔는데, 샤워시설이 썩 만족스럽지 않거나, 물빠짐이 잘 안되서 샤워거품이 잘 내려가지 않는 경우의 그 짜증스러움... 아시는 분이라면, 이 곳은 하우스키핑 하나만으로도 선택할 이유가 될 겁니다. 하우스키핑스텝 포함 제가 마주친 모든 호텔리어들께 감사합니다.